
아프리카 광야를 살아낸 5인 5색의 고백, '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흔히 붉은 석양 아래 기린과 코끼리가 노니는 낭만적인 풍경이나, 혹은 기적 같은 치유가 일어나는 선교지의 간증만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도서 《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 아프리카 광야를 살아낸 5인 5색의 고백》은 고정관념 너머의 진솔한 신앙의 기록을 전한다.
이 책은 아프리카 우간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낸 다섯 명의 여성—강학봉, 김소현, 김수연, 정미향, 최주선—이 들려주는 정직한 신앙의 기록이다. 이들에게는 네 개의 얼굴이 있다. 누군가의 '사모'이자, 아이들의 '엄마', 남편의 '아내', 그리고 하나님이 부르신 '선교사'다. 책은 이 네 가지 역할 사이에서 얽히고 풀리는 내면의 고통과 기쁨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 길이 정말 부르심일까?"... 끊임없는 질문과 흔들림
저자들은 선교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을 느끼거나,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낡은 거처와 개미, 모기 떼를 마주하며 좌절했다. 14,000km 떨어진 먼 땅까지 왜 와야 했는지 남편을 원망하기도 하고, "이 길이 정말 부르심이 맞는가"를 밤하늘을 보며 수없이 되물었다.
특히 자녀 양육의 문제는 이들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받는 아이를 보며 가슴을 졸여야 했고, 의료 시설이 부족한 탓에 아이의 어금니 4개를 생으로 뽑아야 했던 황당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겪으며 'This is South Africa(여긴 남아공이야)'라는 말 한마디에 억울함을 삼키기도 했다. 사역보다 아이들의 배고픔과 정전된 밤의 두려움을 먼저 챙겨야 했던 이들은 스스로를 '진짜 선교사가 맞는지' 의심하며 영적 사각지대에서 방황하기도 했다.
말라리아와 정전 속에서 발견한 '비빔밥' 같은 은혜
그러나 고난은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대신 새로운 '인생의 문장'을 써 내려가게 했다. 말라리아에 걸려 사선을 넘나들고, 13일 동안 전기가 끊겨 냉장고 속 음식을 모두 버려야 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공생'을 배웠다.
냉장고가 멈추자 이웃 선교사들이 음식을 나누기 시작했고, 각자 가진 부족한 식재료를 모아 정성껏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빗물을 탱크에 모아 소중히 여기며 한 바가지의 물이 가진 무게를 깨닫고,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들을 '고객님'이라 부르며 도시락을 나누는 미얀마 유학생 부부를 통해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배웠다.
저자 중 한 명인 김수연 선교사는 자신을 '하우스 와이프(주부)'라고 소개하며 위축되었던 과거를 회상한다. 하지만 현지의 한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당신은 가정의 경영자(Home Executive)다"라는 말을 듣고, 부엌에서의 노동 또한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책은 사역의 현장에서 화려한 업적을 남기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라, 낯선 땅에서 가족의 균형을 잡고 일상을 지켜내는 조용한 손길 또한 선교지에서의 중요한 역할 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주님이 함께 계셨다"
이 책은 완벽한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내딛는 연약한 사람들의 공동체 이야기다. 추천사를 쓴 안산동산교회 김성겸 목사는 "하나님의 영광으로 빛나는 네 얼굴의 존재가 바로 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저자들은 이제 고백한다.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은 자신들을 새롭게 빚어가는 하나님의 손길이었으며, "나는 주를 섬기는 것에 후회가 없다"고 말이다. 남아프리카에서 필리핀 다바오로 또다시 부르심을 따라 떠난 최주선 작가는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 삶을 이끌어 가실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이 안에는 하나님의 일하심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순종 중인 현재진행형의 신앙을 보여준다.
결핍을 넘어서는 용기,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전하는 위로
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는 선교사 가족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광야'를 지나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깊은 공감과 용기를 준다. 대단한 기적은 아닐지라도, 정직한 마음의 소리를 기록한 이들의 일기는 독자들에게 "당신이 서 있는 그곳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선교지"라는 따뜻한 응원을 건넨다.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서 눈물로 씨를 뿌리고 감사의 열매를 거둔 다섯 여인의 이야기는,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