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료 인재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교실 밖 자연에서 시작된 돌봄 교육

안산대학교 치유텃밭 프로그램, 공감과 협업을 배우는 체험형 보건의료 교육 모델

지식 전달을 넘어 경험 중심으로, 학생들이 흙을 만지며 익힌 전인적 돌봄 역량

봄이 오면 얼어붙은 땅은 서서히 풀리고, 그 위에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씨앗을 심는 일은 단순히 작물을 기르는 행위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믿고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며 생명의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이다. 이러한 경험은 사람을 돌보는 일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텃밭은 농작물을 키우는 공간을 넘어 돌봄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

 

안산대학교와 안산시농업기술센터가 함께 운영하는 마음을 잇는 ‘글로벌 청년 치유텃밭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완화요법의 철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감각을 직접 체험하도록 기획된 치유농업 기반 교육 과정이다. 지난 4월 8일 열린 첫 활동 우리들의 첫 정원, 봄 텃밭 만들기에서는 학생들이 흙을 고르고 비료를 뿌린 뒤 씨앗과 모종을 심으며 생명을 돌보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사진:  ‘글로벌 청년 치유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감자를 심고 있는 모습, 안산대학교 제공]

이번 프로그램은 재학생과 유학생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를 더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학생들이 한 밭을 함께 가꾸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강의실 안에서 배우는 이론만으로는 익히기 어려운 공동체 의식과 관계 형성 능력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학생들은 함께 흙을 만지고 작은 성장을 기다리며 협업의 가치를 몸소 경험했다.

 

이 같은 시도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네덜란드는 농업과 돌봄을 결합한 케어팜 모델을 발전시켜 온 대표적인 국가다. 일부 그린 케어팜은 치매 환자를 위한 생활 중심 돌봄 공간으로 운영되며 자연 속에서 일상과 돌봄이 함께 이루어지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 연구에서도 자연 기반 돌봄 환경이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상호작용, 의미 있는 활동 참여를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학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치유텃밭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 보건의료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의료 환경은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은 높아졌지만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환자의 불안과 외로움을 이해하고 삶의 맥락을 읽으며 회복의 시간을 함께 견디는 공감 능력과 인간적 소통 역량이다.

 

변성원 교수(안산대학교 간호학과)는 “보건의료 교육은 전문지식과 임상기술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함께 길러야 한다”“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생명을 돌보고 타인과 협력하는 경험은 미래 의료인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사진:  ‘글로벌 청년 치유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감자를 심고 있는 모습, 안산대학교 제공]

참여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한 학생은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새로운 흥미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반복되는 실내 생활에서 벗어나 동료들과 야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관계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감자를 심어본 유학생은 ‘수확 후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의 문제다.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를 치료하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자의 감정과 관계, 삶의 배경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돌봄이 가능하다. 치유텃밭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전인적 돌봄 역량을 길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다.

 

씨앗은 심는다고 바로 자라지 않는다. 물을 주고 햇빛을 기다리며 더딘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봄 또한 한 번의 수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생명을 돌보는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훗날 병원과 지역사회, 다양한 현장에서 타인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질 것이다. 안산대학교 치유텃밭은 미래 의료 인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기남 정기자 기자 ds3huy@kakao.com
작성 2026.04.22 09:47 수정 2026.04.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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