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럭이·집착이·삐짐이… 내 안의 '소란스러운 나'와 친해지는 법"
17년차 초등교사 곽도경, 일상 속 작은 깨달음으로 빚어낸 마음 수련 에세이
유치원 현관 앞, 한 아이의 외침에 40대 중반의 아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너거 할아버지 아니야?"
흰머리가 반 이상인 자신을 보고 친구 아빠를 할아버지로 착각한 것이다.
충격적인 첫 만남이었지만, 곽도경 작가(부산, 17년차 초등교사)는 이날을 계기로 '진짜 나'와 마주하기 시작했다.
작가의집이 5월 신간 《안녕, 내 안의 소란스러운 나》,
그가 가족과 교실, 세상과 부딪히며 만난 '여러 명의 나'를 따뜻하고 진솔하게 풀어낸 마음 수련 에세이다.
◇ 14살 죽음 공포에서 시작된 마음 들여다보기
저자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14살 무렵.
죽음에 대한 공포가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와 그의 안을 소란스럽게 했다.
"살아 있는 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고 마음과 이야기 나누자."
그 어린 나이에 내린 결론이 오늘의 책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수시로 변하는 자기 마음을 그대로 하얀 종이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자주 삐지고, 왜 그렇게 자주 욱하고, 왜 그렇게 옹졸해서 남을 이해할 수 없는지."
적다 보니 마음이 정리됐고, 그렇게 30여 년간 쌓인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 '그럴 수 있다', 마음의 파도를 가라앉히는 주문
책에는 결혼 전 절친이 예비 아내에게 "도경이 성격이 ** 같아서 잘 부탁한다"고 농담했던 일화가 등장한다.
처음엔 서운했지만 살아보니 정말 그 말이 맞았다.
인정 욕구가 크고, 옹졸하고, 잘 삐지고, 집착이 강한 자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저자는 글로 적었고, 그 안에 자신만의 '비법'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그럴 수 있다' 주문이다.
이왈종 화백의 그림 속 문구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에서 영감을 얻은 비법이다.
"5미터 파도가 1미터 파도가 되고, 마침내 아이들이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잔잔한 물결이 된다."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야 했던 날, 책을 끝까지 못 찾아 버럭댔던 날, 그는 이 주문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 "하나에 하나씩"…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
'학교와 내 마음'에서는 교실 풍경이 펼쳐진다.
멀티가 어려운 저자가 발견한 비법은 '하나에 하나씩'.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임박했지만 배가 고파 김밥 한 줄을 먹기로 결심했던 날, 김밥 맛에만 집중하니 체하지도 않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하나에 하나씩 해야지 되지, 동시에 여러 개 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한다."
50대 중반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종종 던졌던 이 말씀이 저자에게는 '마지막 유언'으로 새겨졌다.
이 외에도 어머니 손잡고 시장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익힌 '인사 교육', 부산 사투리의 거친 말투를 '높임말'로 바꿔 마음까지 부드럽게 만든 경험, 늦은 결혼 후 알게 된 아내와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법 등 교사이자 가장으로서 부딪힌 일상의 깨달음이 빼곡히 담겼다.
◇ 책과 일상이 만나는 마음 수련
'책과 내 마음'은 저자가 책에서 얻은 깨달음을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했는지 보여준다.
그림책 《빈 화분》에서 '정직'의 가치를,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행복해져라 명상'을, 《엄마가 바람났다》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두는 '터치 스톤touchstone' 개념을 배웠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깨달음을 얻은 그는 산책, 샤워, 햇빛 받기, 차 한잔 등 좋아하는 일을 매일 자주 실천한다.
생전 “자신에게 물어봐 주세요.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라는 글귀를 남긴 故 신민경 작가의 문장은 저자에게 결정장애를 극복할 용기를 주었고, 그 결과 세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고백한다.
◇ "내 글을 읽고 내 스스로가 치료되더라"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글을 읽고 고치며 깨달았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내 스스로가 충분히 치료가 된다는 걸."
정답 없는 인생이지만, 내 마음의 정답지는 가질 수 있다는 위로다.
매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분주한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직장인, 자녀 양육에 지친 부모, 교실에서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교사, 그리고 '잘 삐지는 나' '집착이 강한 나'와 화해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화려한 자기계발 공식 대신, 흰머리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며 '진짜 나'로 살아가기 시작한 한 교사의 다정한 손길이 책장마다 묻어난다.
안녕, 내 안의 소란스러운 나 | 곽도경 지음 | 작가의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