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긴 스마트폰 같은 우리 자녀… 비밀번호는 '기독교 아비투스'"
세움교회 담임 이종화 목사 신간 《자녀 교육 잠금해제》, 작가의집 5월 출간
아무리 최신 기종이라 해도 잠금이 걸려 있다면 그 안의 무한한 가능성은 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비밀번호로 잠겨 있는 스마트폰과 같다."
부모의 잔소리에 마음을 닫고 방문을 잠그는 자녀의 모습 앞에서 막막함을 느껴본 부모라면, 그 비유는 쓰라리도록 정확하다.
작가의집이 5월 펴낸 신간 《자녀 교육 잠금해제》는 그 잠금을 풀 '비밀번호'를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는 세움교회 담임목사이자 기독교 대안학교 세움학교의 교장, 세 자녀를 둔 아버지이며 다음 세대 사역자이기도 하다.
가정·교회·학교를 동시에 살아내며 길어 올린 통찰이 책 전체를 받쳐준다.
◇ 81% 증가한 자살자, 75.8% 늘어난 우울증… 잘못된 비밀번호 '성공'
책은 충격적인 통계로 문을 연다.
2024년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생 자살자 수는 2014년 118명에서 2023년 214명으로 81% 증가했고, 특히 중학생은 232%나 폭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역시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수가 2018년 3만190명에서 2023년 5만3070명으로 75.8% 늘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 원인을 한국 사회가 입력해온 잘못된 비밀번호, 즉 "성공주의"에서 찾는다.
성적과 명문대, 안정된 직장이라는 결승선만을 향해 달리도록 부모들은 자녀에게 보이지 않는 블링커(경주마의 시야 차단 장비)를 씌운다.
그 결과 자녀들은 "지금은 공부가 먼저"라는 말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고 살아간다.
2018년 호주 멜버른에서 청소년 강의를 했던 저자는 한 가지 차이를 발견했다.
한국 청소년이 꾸벅꾸벅 졸고 멍한 표정을 짓는 동안, 호주 청소년들은 눈이 반짝이고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을 쏟아냈다.
비결은 단순했다. 오후 3시면 학교가 끝나 운동·미술·독서·아르바이트 등 삶 자체를 위한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이었다.

◇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자녀는 말이 아닌 분위기를 배운다
저자가 새 비밀번호의 단서로 가져온 것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 개념이다.
라틴어 '가지다(habere)'에서 온 이 단어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몸에 배인 사고방식과 행동의 틀을 뜻한다.
사람은 가르침이 아니라 살아온 분위기대로 산다.
부모가 "정직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작은 거짓말을 쉽게 하면, 자녀는 정직이 아닌 편리함을 익힌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엄마 게와 아기 게' 이야기처럼, 옆으로 걸으면서 똑바로 걸으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자녀 교육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삶의 분위기'를 함께 살아내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독일 사회학자 도리스 메르틴의 7가지 자본(심리·문화·지식·경제·신체·언어·사회) 이론도 짚어가며, 한국 사회가 이미 '금수저·은수저·흙수저'라는 언어로 계층 간 아비투스 격차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 기독교 아비투스 - 6가지 정신을 일상에 새기는 교육
책의 핵심은 4장과 5장이다. 저자는 "기독교 아비투스가 바로 자녀 교육의 새 비밀번호"라고 선언한다.
창세기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로 선포함으로써 노예 신분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혁명적 자존감을 부여했다.
윌리엄 윌버포스의 노예제 폐지 운동, 마틴 루터 킹의 인권 운동, 이화학당과 유관순 열사까지—기독교 교육이 세상을 바꿔온 역사가 이 인간관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녀에게 새겨야 할 기독교 정신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자족 — 하나님의 풍성하심에 대한 신뢰 ▲환대 — 예수님의 식탁처럼 누구든 초대하는 태도
▲구제 —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삶 ▲축복과 비전 — 자녀의 평범함 너머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을 신뢰하기
▲개혁과 희생 — 무너진 세상에서 옳은 것을 분별하는 용기 ▲연합 — 하나됨을 통한 공동체의 힘.
특히 저자가 첫째 아들 한결이와 나눈 일화는 인상적이다. 라디오에서 “아프리카에선 염소 4만원이래”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눈물짓는 아빠를 보고, 일곱 살 아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과자 줄래요”라고 답했다.
구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손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내어놓는 태도 라는 것을, 그는 아들에게서 배웠다고 고백한다.

◇ 하브루타·허그·식탁… 가정에서 바로 실천하는 매뉴얼
책의 후반부(7~9장)는 이론을 일상으로 끌어내린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으로 저자는 ▲경건 생활 ▲하브루타(질문하고 토론하는 식탁 대화) ▲믿음의 가정 초대 ▲허그를 제안한다.
특히 '아브라조 허그' — 스페인어로 깊은 포옹을 뜻하는 이 방식은 어깨가 아닌 가슴으로, 심장이 닿도록 안는 정면 포옹이다. 하루 아침저녁 두 번,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품으셨듯, 우리도 서로를 품을 때 아이는 환영받는 존재로 자란다."
송곳니가 빠져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던 웃음을 3년의 거울 앞 연습으로 되찾은 저자 본인의 경험은 “아비투스는 돌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책 말미 부록에는 세움학교에서 실제 사용 중인 하브루타 교재 예시(감정·신중함·죄·의지·생명)까지 수록돼 가정에서 곧바로 펼쳐볼 수 있도록 했다.
◇ "기독교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 다음 세대를 살리는 책"
추천사는 강은도 목사(더푸른교회), 권오희 교장(제주 나무와숲학교), 유임근 KOSTA 국제총무, 임우현 번개탄TV 선교회 대표 등이 썼다.
"이 책은 단순한 자녀 교육서가 아닙니다. 우리 가정과 학교, 교회가 자녀에게 어떤 삶의 태도를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지 묻는 깊은 신앙적 성찰이자 실천서"
라는 권오희 교장의 추천사는 책의 핵심을 짚는다.
자녀와의 대화가 끊긴 부모, 다음 세대 사역에 갈증을 느끼는 사역자, 신앙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교사 모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오늘의 교육이 내일의 삶을 결정하는 시대”에 새로운 나침반이 될 것이라는 추천사의 표현이 결코 과장으로 읽히지 않는다.
자녀교육 잠금해제 | 이종화 지음 | 작가의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