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그제야 나에게 물었다… '넌 뭘 좋아해?'"

사람에 지친 모든 이에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

'우주힐러' 이은정이 전하는, 나를 살리는 '담담한 용기'의 미학


 

 

"그동안 참 애쓰셨습니다"… 오십의 문턱에서 건네는 '나 되찾기'의 기록


 


"이불 속에서 시작된 50번째 생일"

 

오십 번째 생일날, 한 여성이 쏟아지는 축하 전화를 뒤로한 채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석사 학위 두 개와 박사 학위, 수십 개의 자격증을 손에 쥔 인성교육 전문가. 

강단에 서면 수백 명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베테랑 강사가 그날만큼은 사람을 피해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이은정 작가의 신간 에세이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사람도 삶도』(작가의집, 2026년 5월 출간)는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자신의 첫 문장에서 "이불 속에서 울고 있던 여자는 그저 '사람'에 체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가련한 영혼일 뿐이었다"고 고백한다. 

타인에게 관계와 소통, 안녕한 오늘을 가르치던 전문가가 정작 자신의 삶은 관계에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는 충격적인 자기 인식. 

이 책은 그 모순의 자리에서 출발하는 솔직한 '나 되찾기'의 기록이다.
 


"뇌종양보다 더 아팠던 사람의 무게"

 

저자는 책 곳곳에서 십여 년 전 뇌종양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언급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뇌종양이라는 생의 커다란 벽을 넘을 때보다,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실타래에 엉켜 있는 지금이 더 숨 막히게 아팠다"고 토로한다는 사실이다.

 

총 6부 40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사람이 가장 힘들었다 — 관계의 무게'는 친구라고 믿었던 관계의 균열, 

가족이라서 더 힘든 말들, '좋은 사람'인 척 살아온 삼십 년의 시간을 차분히 풀어낸다. 

모임에 나가면 입은 웃고 있는데 마음은 피눈물을 흘렸다는 저자의 진술은, 동시대 중년 여성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그해 겨울,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이은정 작가는 오십의 문턱에서 세 가지를 결단한다. 

더 이상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기로 한 것, 

모든 관계를 지키려 자신을 깎아내던 노력을 멈추기로 한 것, 그리고 자신을 늘 맨 뒷순위에 두던 잔인한 습관을 끊어내기로 한 것이다.

 

"'미안해'라는 사과보다 '나도 지금은 힘들어'라는 고백을 먼저 꺼내는 연습을 했다. 

의무감으로 나갔던 모임에 '이번엔 빠질게'라고 거절하는 법을 익혔고, 

혼자 밥을 먹으며 외로운 척하는 대신 진정으로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저자가 책에서 밝힌 변화의 풍경이다.


 

"관계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 과감한 다이어트의 미학

 

이 책의 백미는 3부 '관계를 정리하는 용기 — 관계 리셋'이다. 

저자는 어느 일요일 오후, 823명에 달하던 휴대폰 연락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의식을 행한다. 

한 명, 두 명 지워나가는 과정을 "낡고 무거운 옷들로 가득 찬 옷장을 비워내는 의식"에 비유한 그는, 

"연락처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람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더 이상 '현재'가 아닌 인연을 '현재인 척' 붙들지 않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관계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는 7장의 메시지는 SNS 시대에 의무적 관계망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저 그 인연의 계절이 끝났을 뿐"이라며 관계 정리를 냉정함이 아닌 '내 삶의 자리를 진정한 나로 채우려는 용기'로 재정의한다.

 

 

"70%만 기대하면 100% 행복하다"

 

2부 '태도를 바꾸니 세상이 달라졌다 — 마인드 전환'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70% 규칙'을 제시한다. 

둘째 아이의 입시 실패와 재수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100%라는 기대는 99%의 성과조차 실패로 간주하게 만드는, 삶을 영원한 불만족 속에 가두는 감옥"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기대를 70%로 낮추자 30%의 여백에 비로소 '감사'가 들어왔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그럴 수 있지"라는 마법의 문장, 

화를 내기 전 3초의 필터링, 매일 아침 긍정을 '선택'하는 습관 등 

저자가 일상에서 실험하고 체득한 마인드 전환 기법들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펼쳐진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 세 명이면 충분하다"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메시지는 '관계의 깊이'다. 

14장에서 그는 새벽 두 시에 전화를 걸어도 "무슨 일이야, 말해봐"라고 답해줄 사람이 세 명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30년 지기 친구 해순, 합창단에서 만난 미옥 언니, 그리고 남편. 

저자는 "삼십 명의 지인보다 확실한 세 명의 존재… 결코 빈곤함이 아니라, '충분함'의 다른 이름"이라고 단언한다.

 

심리학의 '컨보이 모델(Convoy Model)'을 인용하며 인간관계의 핵심이 '양'이 아닌 

'가장 안쪽 원에 있는 이들과의 정서적 밀도'에 있음을 짚는 대목은, 

학문적 통찰과 체험적 진리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이 책의 특장점을 잘 보여준다.

 

 

'월말 부부'의 리모델링… 가족 관계의 재발견

 

5부에서 저자는 제주와 일산을 오가는 '월말 부부'의 일상을 진솔하게 공개한다. 

결혼 26년 차,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도 "반찬 더 줄까?" "됐어"의 두 마디만 오가던 부부 사이의 침묵을 깨고, 

"우리, 사이를 좀 리모델링해 보자"고 제안한 그날의 용기는 많은 중년 부부 독자에게 거울 같은 장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학 중인 큰아이에게 '검열' 대신 '신뢰'를 건네기로 한 결심, 

가족에게 "고마워"라는 세 글자를 소리 내어 전하기 시작한 날의 변화 등은 이 책이 단지 자기 위로의 에세이가 아닌 '관계의 실용서'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내 생애 지금이 가장 좋다"

 

마지막 6부 '인생 후반전,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에서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마흔아홉의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오십. 막상 살아보니 꽤 괜찮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 생애 지금이 가장 좋다."

 

나이를 단순한 숫자의 누적이 아닌 삶의 '연륜年輪'으로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은, 

노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품은 중년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사람도 삶도 | 이은정 | 작가의 집

 


 
 

 

 


 

작성 2026.06.10 16:30 수정 2026.06.10 16:30
Copyrights ⓒ 북트립.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철화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결단이 곧 계약해제 수용입니다 | 현대건설 결단하라, 계약해제 수용하라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ssicho
광교신도시 A17블록 지분적립형 아파트 청년·신생아 특별공급 전격 신설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칭찬합시다 #사랑나눔축제 #칭..
카보베르데의 꿈! 인구60만, 작은섬나라!
창덕궁 후뭔에 있는 관람정, 존덕정이나 승재정 방향에서 보면 두 발로 물..
반야탕(般若湯)。낙조가 아름다운 도비산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오랫만에 올..
2026 용인 생활관광 미션투어 스탬프 투어: 여행하고 온누리상품권·투어..
좋은 사람 한 명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랑나눔축제 #선한영향력 #칭찬위원..
현대차그룹, 영남에 42조 폭탄 투하 AI 모빌리티 우주 에너지 선점 나..
삼성, 60조 폭탄투자로 영남을 '피지컬 AI 거점' 삼아 20만 일자리..
한화, 우주·AI에 55조 격전적 투자…대한민국 천상 영토 개척 신호탄
유튜브 NEWS 더보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

내면의 깊은 성찰과 거룩한 감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7)